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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못 준다고요. 소송하세요."
임대인의 당당하다 못해 뻔뻔한 그 한마디를 듣고 나서야, 저는 '이제 정말 법의 힘을 빌려야 하는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내용증명 발송과 임차권등기명령까지 마쳤다면, 이제는 임대인의 재산을 강제로 압류하거나 경매에 넘길 수 있는 권리인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법적 절차는 지급명령과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 두 가지가 있습니다. 보증금 1억 원대를 기준으로 제가 직접 지불했던 실제 인지액, 송달료 비용부터 전세권 설정 활용법, 그리고 집행권원을 확보한 후 마주했던 현실적인 고민까지 솔직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강제로 돈을 받아내는 법적 무기, 집행권원이란?
법적으로 집행권원(執行權原)이란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실현될 청구권의 존재와 범위를 표시하고, 집행력이 부여된 공정증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임차인이 법원에 신청하여 집주인의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거나 통장 압류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공식적인 법적 무기입니다.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임차권등기를 설정하는 것은 상대방을 압박하고 대항력을 유지하는 수단일 뿐, 그 자체로 집주인의 재산을 당장 강제 매각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결국에는 지급명령이나 판결문 제출을 통해 집행권원을 반드시 얻어내야 합니다.
단, 입주 당시 계약 단계에서 등기부등본에 '전세권 설정'을 해두었던 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전세권은 물권으로서 그 자체로 집행권원의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별도의 지급명령이나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경매 신청이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 최초 입주 시 전세권 설정을 해두었으나, 이후 보증금을 증액하면서 증액분에 대해서는 추가 설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액된 금액까지 안전하게 회수하고자 결국 소송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2. 지급명령 vs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 차이점 및 비용 비교
집행권원을 얻는 대표적인 방법인 지급명령과 정식 소송은 진행 방식, 소요 시간, 비용 면에서 확실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① 지급명령: 빠르고 저렴하지만 이의신청 리스크 존재
지급명령은 법원이 별도의 재판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라"라고 명령하는 간이 절차입니다. 상대방이 서류를 받추고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얻게 되며, 보통 1~2개월 이내에 끝나기 때문에 절차가 매우 빠르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실제 제가 보증금 약 1억 원대를 기준으로 대법원 전자소송포털을 통해 지급명령을 신청했을 때, 기본 인지액과 송달료를 합쳐 약 12만 원대가 발생했습니다. 다만 집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폐문부재로 반송되는 바람에 집행관이 직접 찾아가는 특별송달을 추가로 신청했고, 이때 약 2만 원대의 추가 송달료가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지급명령의 가장 큰 단점은 집주인이 시간을 끌 목적으로 이의신청을 제출하면 그 즉시 무효가 되고 정식 소송으로 자동 전환된다는 점입니다.
②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 시간과 비용은 들지만 가장 확실한 수단
전세금 반환 청구소송은 정식 재판을 거쳐 확정 판결문을 받는 절차입니다. 판결이 확정되면 강력한 집행권원이 생기지만, 판결까지 보통 3~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며 소송 비용 부담도 큽니다.
동일하게 보증금 약 1억 원대 기준으로 소송을 진행했을 때, 법원에 납부하는 인지액만 약 60만 원이 들었고, 주소보정에 따른 추가 송달료가 약 5만 원 정도 발생했습니다. 지급명령에 비해 기본 법원 비용만 5배 이상 높은 셈입니다.
여기에 변호사나 법무사를 선임할 경우 착수금과 성공보수 등 수임료 부담이 수백만 원 이상 추가될 수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아는 분을 통해 진행하여 비용을 절감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제도를 통해 변호사 연계 및 수임료 지원을 받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3. 집행권원 확보 후 실제 보증금 회수 가능성과 현실적 고민
많은 임차인 분들이 "소송에서 승소하여 집행권원만 얻으면 보증금을 즉시 돌려받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집행권원은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일 뿐, 그 자체가 돈을 입금해 주는 수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제경매를 통해 실질적으로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판단하려면 다음 3가지 핵심 요소를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 선순위 채권 금액: 내 보증금보다 앞서 배당받아 갈 은행 대출이나 선순위 임차인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 해당 부동산의 현재 시세: 경매 낙찰가가 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면 원금을 떼일 수 있습니다.
- 근저당 및 체납 세금 설정액: 국세나 지방세 등 당해세는 배당 순위에서 우선할 수 있어 회수금을 갉아먹습니다.
저 역시 어렵게 집행권원을 확보하는 과정까지 들어갔지만, 막상 다음 단계인 경매를 진행하려니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습니다. "과연 경매에 넘긴다고 내 돈을 다 회수할 수 있을까?", "돈을 다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경매 신청 비용과 수수료까지 수백만 원을 추가로 써야 하나?"라는 깊은 회의감과 고민이 몰려왔습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저는 진행 중이던 소송을 최종적으로 취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소송을 취하하고 다른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던 이유와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상세하게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4. 자주 묻는 질문 (FAQ)
Q. 인지액과 송달료는 어떻게 직접 계산해 볼 수 있나요?
A. 대한민국 법원 대법원 전자소송 사이트(https://ecfs.scourt.go.kr/)에 접속하시면 '소송비용계산' 메뉴가 있습니다. 사건 종류를 '지급명령신청사건' 또는 '민사 1심 소송'으로 두고 청구 금액(보증금)을 입력하면 대략적인 인지액과 송달료가 자동으로 산출됩니다.
Q. 집주인이 지급명령 서류를 받지 않고 계속 피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주소보정명령을 받아 집주인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뒤, 야간이나 휴일에 집행관이 직접 전달하는 '특별송달'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특별송달로도 수령하지 않거나 집주인의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일반 소송으로 전환하여 공시송달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Q. 소송 비용을 훗날 집주인에게 청구하여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소송에서 승소하면 '소송비용 확정신청' 절차를 통해 법원 인지대, 송달료 및 법정 범위 내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에게 변제 자력이 전혀 없다면 실제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5. 결론
전세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임대인에게 대응하기 위한 지급명령과 소송은 집행권원 확보라는 목적은 같지만,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전략이 다릅니다. 집주인과 연락이 닿고 단순 시간 끌기용이라면 지급명령이 유용하지만, 분쟁이 심하고 잠적 상태라면 정식 소송을 통한 공시송달이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행권원을 얻은 이후에도 실제 경매 진행 시 회수할 수 있는 실익이 얼마나 되는지 사전에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입니다. 본인의 상황과 비용 부담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익한 법적 절차를 밟아가시길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필자의 실제 전세보증금 반환 관련 법적 대응 경험과 대법원 전자소송 안내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